"늙어가는 세계: 우리가 잊고 있는 노년의 얼굴" [사회 터치 Society Touch - 초고령화 사회를 감싸는 따뜻한 시선 #2]

여는 터치...공원 벤치에 고정된 시선에서 시작된 생각

한국에 부모님 병간호로 들어와 지낸 지도 한 달 남짓이 되었다. 2월 27일 오랜만에 따뜻한 날이었다. 그동안 부모님 식사를 챙겨드리면 중간에 자투리 시간이 생긴다. 그 시간을 이용해 오랜만에 산책 겸 하천을 따라 길을 거닐었다. 길을 걷다 나의 시선은 낡은 외투를 입은 할아버지 한분에게 고정되었다. 그는 벤치에 앉아 손을 비비고 계셨다. 멍한 눈빛이 마치 내 부모님을 떠올리게 했다. 이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의 도쿄 거리에서, 독일의 공장에서, 한국의 지하철역에서 이런 노년의 얼굴들은 조용하게 속삭이고 있다. "우리는 이 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을까?" 나는 궁금해졌다.

당신도 어디선가 그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지 않은가?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늙음의 소리를 따라가며, 나는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고 싶었다.
이 소리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응답할 수 있을지 고민이 시작됐다.
이러한 고민은 필자로 하여금 '초고령화 사회를 감싸는 따듯한 시선'의 두번째 터치를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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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 앉아 세월 속으로 잊혀가는 노년의 부모 얼굴

 


터치 하나...늙음의 속도: '각기 다른 걸음'

일본의 78세 마사코 할머니는 매일 아침 도쿄의 좁은 골목을 돌며 신문을 배달을 한다. 그녀는 NHK (2024년 기사)에서 "다리가 아파도 움직이면 살아있다는 걸 느껴"라고 말했다.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65세 이상이 20%를 넘었다 (통계청, 2024).
반대편 유럽 독일에 사는 65세 한스 씨는 자동차 공장에서 재교육을 받아 여전히 부품을 조립한다 (DW, 2023). 가까운 스웨덴에 사시는 72세 안나 할머니도 마을 커뮤니티에서 뜨개질을 가르치며 이웃과 웃는다 (The Guardian, 2022).

반면, 한국의 70세 김 씨 할아버지는 빈곤율 40.4% 속에서 폐지를 주워 하루를 잇는다 (중앙일보, 2024).
이 시점에서 공원에서 만난 할아버지를 떠올려 본다. "저분도 한때 가족을 위해 뛰셨겠지."
마사코 할머니는 자전거를 타고, 한스 씨는 공구를 들고, 안나 할머니는 실을 감지만, 김 할아버지는 폐지 수레를 끈다.

늙음의 속도는 빠르지만, 그 걸음은 왜 이렇게 다를까?
나는 생각해 보았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정책 시스템일까, 문화일까, 아니면 우리의 무관심일까?"
당신은 어떤 걸음을 보고 있는가? 세계가 늙어가는 이 속도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 걸까?

터치 둘...잊혀지는 이야기: '현대화가 덮은 시간'

프레시안 (2018년 기사)은 "산업화 이후 노인은 가족의 중심에서 밀려났다"라고 했다.
일본의 실버 인재 센터에서 70세 후미코 씨는 편의점 계산대에 서서 손님에게 "어서 오세요"라며 웃는다 (Asahi Shimbun, 2023). 한국의 68세 박 씨 할머니는 폐지 1kg을 150원에 팔아 쌀을 산다.
스웨덴의 75세 에릭 씨는 이웃과 커피를 마시며 "내가 아직 쓸모 있다"고 말한다 (Swedish Institute, 2022).
반면, 우리 동네 70대 최씨 어르신은 오늘도 공원 벤치 한편에서 혼자 주섬 주섬 까만 봉지에서 삶은 달걀과 토스트를 꺼내서 드신다. 지난주엔 비가 오는데도 우산 없이 앉아 있었다.

최 씨 할아버지를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저 달걀과 토스트에 외로움이 담겨 있구나."
후미코 씨는 손님과, 에릭 씨는 이웃과 연결되지만, 박씨 할머니와 최 씨 할아버지는 고립되어 있다.

현대화는 삶을 길게 했지만, 그 삶을 채울 따뜻한 이야기를 어느 순간부터 우리에게서 앗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왜 저분들을 잊었을까?" 나 스스로 자문해 본다. 당신은 주변에 그렇게 잊힌 얼굴이 떠오르는가?
혹시, 현대화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그분들의 이름을 가슴에서 지워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터치 셋...우리와 함께: '늙음이 묻는 질문'

OECD(2023년 보고서)는 한국 노인 자살률이 세계 1위라고 경고했다.
이를 예견이나 한 듯 BBC News 코리아 (2022)는 "고령화 속도가 빠른 만큼 준비도 빨라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지난주, 오랜 만에 친구를 만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 내 앞에 지나가는 68세가량의 어르신이 힘겹게 폐지 수레를 끌다 길에서 쓰러지셨다. 마침 그를 알아챈 이웃이 119를 불렀지만, 그는 "괜찮다"며 다시 일어나 수레를 끌면서 수거지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저분이 내 아버지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였을까?"

만약 내가 30대라고 하면 30년 후 저 모습이 될 수도 있다. 현재 50대인 나는 지금 부모님을 떠올린다.
늙음은 그리 나와 멀지 않은 시점에 있다. 마치 그 어르신이 끌었던 수레가 내게 묻는 것 같았다. "너는 나를 어떻게 기억할 거니?", 그 소리에 생각해 다시금 되물어 보았다. "우리는 저분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정책만 기다릴 건가, 아니면 내가 먼저 움직일 건가?"

당신이라면 이 분의 손을 잡아줄 수 있겠는가? 늙음은 우리와 함께 숨쉬고 있다.
우리는 이제 그 숨소리를 들어야 할 때가 왔다.
이미 늦었다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 그 때가 가장 빠른 시간이다. 
 

닫는 터치...'소리를 듣는 마음으로'

마사코, 한스, 김씨 어르신의 소리가 세계에서 울린다.
그분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건네고, 부모님과 저녁을 먹으며 귀를 열어본다. 

초고령화는 차가운 통계가 아니라 따뜻한 연결의 시작일 것이다.
지금, 우리 손길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은 작은 실천에서 일 것이다.
당신과 내 주변의 어르신에게 미소를, 부모님에게 시간을 드리며 움직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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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의 무게보다 더 무거운 늙음의 무게
 
 
"늙음의 소리가 들릴 때, 당신은 어떤 따뜻함을 나누고 싶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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